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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이야기/미국 생활

미국에서 머리 자르기, 미국 미용실에서 머리를 맡기고 생긴 일

자주 찾아가는 미용실이 있는 경우


머리를 자르러 갈 때의 설렘


또는 자르고 나서 미용실을 나올때의 기분


언제나 새롭고 좋을 것이다




반면, 본인이 잘 모르는 지역에서 머리를 해야만 하는 경우


혹은 잘 하는 미용실을 알아봐야 하는 경우


맘에 드는 곳을 찾기까지 혹은 맘에 드는 디자이너를 만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도전정신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스트래스가 될 수 있다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지금 그렇다





미국에 온 지난 1년반 동안


맘에드는 미용실을 단 한군데도 찾지 못했으며


심지어 이번 머리 컷트를 통해 나는


지옥을 맛보았다








미국에 도착한 후 몇달간은 한국에서 정리해온 머리로


깔끔하게 유지하며 어느정도 머리가 길어도


잘 하는 미용실을 아직 들은 곳이 없어서 더 냅둬보기로 했었다


그렇게 자그마치 6개월을 머리를 길렀고


상당한 장발이 된 나는 그제서야 머리 자를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에게는 절대 맡기고 싶지 않았고


스타일과 섬세함 모두 딸리기 때문에


한인 미용실을 알아보던 도중 근처에 있는


교회의 한 집사님이 하시는 곳으로 찾아갔다






설명드리고 원하는 스타일대로 말씀드리고


머리를 맡겼지만 결과는 뭐랄까


딱 생각한 만큼의 수준(?) 이었다





딱히 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머리에 굉장히 민감한편이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관리하기 힘든 머리 체질을


전부 다 가지고 태어났으며


제비추리, 심하게 뜨는 머리, 반곱슬 등등


헤어 디자이너들 입장에서도 컨트롤하기 힘든 머리체질을 갖고 있다


또, 객관적으로 한국에서 가는 곳 마다 자르기 힘든 머리라고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두발로부터 자유로워진 나는


머리 컷트나 헤어 스타일에 예민하게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염색이나 펌 이런 것들을 즐겨 하진 않았지만


딱 하나, 컷트 만큼은 정말 잘하는 곳만 찾아갔다





돈이 비싸다고 잘하는 곳은 아닌지라 결국에는 어떤 헤어 디자이너


즉,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상당히 중요했고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국에 오기 전까지 약


5~6년간 내가 머리를 맡긴 헤어 디자이너는 많아야 5명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만큼 내가 에민하고 머리 관리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떤 것도 있고


머리를 잘 해주는 사람이 잘라줄 때와 모르는 사람이 잘라줬을 때와


느낌의 차이 또, 컷트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이는 변화들이


너무나 확연했기에


맘에 드는 나를 잘 아는 디자이너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돌아와 미국에서 나는 그런 디자이너 구하기는 진작 포기했다


이민사회에서 나와 같은 젊은층과 어려운 두피 체질을 다뤄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단념했고


처음으로 컷트를 맡긴 미용실에서는 그냥 딱 내가 생각한 정도의


컷트만 받고 나왔다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컷트 비용도 비싸고 팁까지 줘야하기 때문에


가격에도 불만이 많았지만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다




머리를 자르고 나서 이 가격에 이정도 머리컷트밖에 안된다는게


너무 원망스럽고 한국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머리 컷트 후 일주일 정도 지나자 마자


엄청나게 뜨는 내 머리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기 시작했고


잔머리나 머리 길이 역시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점점 보기 지저분해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층이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머리 때문에 스트래스 받는게 싫어서 차라리 기르자는 생각으로


또 다시 몇달을 길렀고 너무 길어서 참을 수 없을 때 즈음


큰 결심을 했다






내가 바리깡을 사서 직접 잘라보겠다는 것



셀프 투블럭을 도전해보게 되었다










결과는 보통이었다


어느정도 봐줄만한 머리가 나왔지만


깔끔히 정리 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맘에 들지는 않았고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 다시 감당할수 없는 머리카락들이 들고 일어났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머리를 다듬고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큰 돈 내고 한인 미용실에서 잘라서


그정도 컷트가 나온걸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자르는게 차라리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5개월 동안 혼자서 머리를 딱 3번정도 잘랐던 것 같다


물론, 셀프이기 때문에 투블럭 외에는 다른 스타일은 생각도 할 수 없었으며


3번째 컷트를 하던 날 결심했다


평생 할 짓은 아니라고








결국 또다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고


헤어밴드같은 편의 도구를 구해서 하고 다녔다


차라리 이때가 제일 편했던 것 같다










마땅한 미용실도 찾지 못하고 머리 때문에 정말 많은 스트래스를 받다가


바로 저번주 이번에는 완전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심정으로


미국인들이 하는 미용실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내가 일하는 직장과 사는 동네 근처의 괜찮은 미용실을 검색해 본 후


리뷰를 보고 제일 좋을 것 같은 곳으로 찾아갔다


남자 컷트를 이야기 했고 사진을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원하는 사진을 아주 정확하게 보여주었고 이대로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컷트를 시작한지 1분도 되지않아서


내 선택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바리깡 없이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 어떤 스타일을 보여주더라도 바리깡부터 대고 시작하는 환상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며


머리길이와 다듬는 정도에 있어서도 디테일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내가 보여준 사진을 자르면서 중간 중간 한두번 보긴 했지만


전혀 사진속 머리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거울 속에는 이상한 원숭이 한마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머리를 빡빡 밀듯이 대충 잘라버리고


나 스스로 엄청난 스트래스를 받을 때 즈음


더 미치고 환장할만한 짓을 미용사가 하고 있었다





내 옆머리를 잡더니 구렛나룻을 정말 1자로 반듯하게 가로로 잘라버렸다


나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무 어이가 없고 충격을 받아서 할 말이 없었고


화 낼 힘조차 생기지 않았고 그냥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반대쪽도 그렇게 처참하게 일자로 잘라버리더니


마음에 드냐면서 상큼하게 날더러 물어보았다






난 아무말 하지 않았고



그 다음 내가 겪은 일은 더 큰 충격을 갖고왔다






구렛나루가 일자로 잘린 순간 이보다 더 우울할 순 없다고 맘먹고있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내가 사진을 보여준 머리 스타일을 만들어주기 위해


그렇게 박박 밀고 엉망으로 잘라놓은 다음


머리를 감겨주지 않고 왁스로 내 머리에 떡칠을 하기 시작했다



컷트 한 뒤 머리 감지도 않고 처바르기만 한 왁스는


엄청난 재앙을 몰고 왔고


나는 그 거지같고 더러운 일을 겪으면서


20불 컷트 비용에 팁까지 따로 줘야하는 고통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에 타는 순간 내 신발과 옷과 얼굴에


엄청나게 붙어있는 엉망 진창의 머리카락들을 보았고


차에 달라붙지 않게 하기 위해 불편한 자세로 집까지 몰고와서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머리부터 감고 몸부터 씻었다





그날 입고갔던 옷들은 전부 세탁기로 들어갔으며


거울속의 나는 내 삶의 모습 중 가장 최악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 모습을 본 가족들은 한결같이 말하기를


절대 죽어도 미국인들이 하는 헤어숍에는 가는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으며


나 역시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정신으로 찾아갔던게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머리가 짧아져서 맘에 안드는게 아니다


스타일을 못살려서 맘에 안드는게 아니다



미국인들이 갖고있는 머리에 대한 개념은


우리들의 생각보다 훨씬더 가치 없게 여겨지고 있다고 보이고


샴푸와 왁스 순서 개념 없이 오직 사진의 스타일만을 만들어주기 위해


개념 없는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그런 것이다


만약, 미국인들 중에서도 정말 머리를 잘 자르는 디자이너가 있다 하더라도


내 머리 성격들을 소화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들의 시각으로 보기에 마음에 드는 스타일은


우리의 시선에는 그저 말도안되는 스타일임을 인정해야한다













더 험하게 표현하고 싶고 더 화를 내고 싶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있는 사실 그대로만을 글에 적으려 노력했으며


제발 미국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