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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이야기/미국 생활

미국 감옥 (교도소) 방문 후기

미국 감옥에 다녀왔다

회사 일로 그냥 교도소에 가서
어떤 사람의 샘플만 받아오면 되는
운전만 할 줄 알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신기한 경험이겠다 감옥이라니
나름 재미있겠다 생각도 들었는데
내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나는 뭔가 딱 도착하면 차 안에서
신분증 보여주면서 인사 주고 받으면서
입구 문이 열리고 들어가십쇼
하면서 들어가서 깔끔하게 딱 받아서
그대로 돌아 나오면 될 줄 알았는데

도착해보니 일단 차를 세워야했고
주차장에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교도소도 크고 주차장도 정말 컸는데
자리가 단 하나도 없어서 10분을 돌았다

잠깐 비상등 키고 시동 안 끄고
얼른 들어가서 샘플만 받아 나올까 생각도 했는데
아무래도 교도소라 그런지 온 사방에
경찰들과 경찰차들 진짜 너무 많아서
그냥 안전하게 주차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주차 안했으면 큰일날뻔)

겨우겨우 하나 찾아서 주차를 하고
걸어서 입구로 향하는데 가만보니
주차 되어있는 차들 중 대부분은
경찰차와 암행 경찰차들 (티가 안나는)

입구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가는데
소름돋게도 꽤나 많은 경찰분들이
주차되어있는 '차 안에' 타고있었다

지나가다가 두세명이상 눈 마주쳤는데
깜짝깜짝 놀랐다 차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제복 입으신 경찰분들이 타고있다니 소름

알고보니 내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두시 정도
몇몇 경찰분들이 차 안에서 쉬며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입구로 들어갔는데 많이 당황했다
그냥 가서 받아오면 되는 일이다 생각했는데
들어가니까 싸늘하고 좀 무섭기도 하고
로비로 추정되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없었다

조금 더 주변을 돌아보니 카운터로 보이는 곳에
경찰 한분이 근무하고 계셨고 가서 여쭤봤다

본인은 잘 모르겠다고 하시며 저쪽에 보이는
보안 출입 담당하는 분께 가서 물어보라고 하셨다

알겠습니다 하고 보안 출입 검사하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공항 심사대 같은 느낌)
잠깐 그 걸어가는 사이에 두시 정각이 되었는지

갑자기 어디선가 수 많은 경찰 분들이
건물로 들어와 (밖에서 쉬던 분들로 추정)
줄을 서서 자기 소지품과 겉옷을 벗고
엑스레이 바구니에 물품을 올리고
막 차례차례 떠들면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난 정말 멍청하게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줄에 껴서 같이 수색대로 들어가고있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색대로 막 들어가는 분들 중
경찰분들 뿐만 아니라 드문드문 스크럽을 입은
나와 같은 병원 복장을 입은 분들도 계셨기 때문에
아 일반인도 일단 몸 수색 받는구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 차례가 되어서 막 바구니에 주섬주섬
핸드폰이랑 차에서 갖고 내린 선글라스랑
지갑이랑 차키랑 주섬주섬 내려놓는데
보안 담당 경찰분이 진짜

이 미친놈은 뭐지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그분이 날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에는
" No Cell Phone " 이라고 적혀있었
그분과 눈 마주치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이 줄은 내가 서있을 곳이 아니구나

주섬주섬 막 선글라스랑 핸드폰 지갑 차키
챙기면서 한쪽 귀퉁이로 빠져나오는데
뒤에 줄서계시던 경찰분들도 민망하게시리
계속 갠히 처다보시는 것 같았다

약 5분정도 기다리며 모든 직원분들이
다 들어가고 나서야 '샘플 받으러 왔다'고 얘기했다

회사에서 나란 사람을 증명해줄 문서를 받아왔기에
보여드리면서 이런 일로 왔습니다 얘기했고
그 보안 담당 경찰분이 잘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알만한 곳으로 전화를 걸어주셨다

곧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른 직원분이 나오셔서
갖고 가야할 샘플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고
잠깐 기다리시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셨다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었고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기다리고 있던 곳은 교도소의 로비가 맞았고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의자들도 많이 있었다
사람이 하나도 없고 경찰분들만 보이니까
갠히 죄지은 기분도 들고 좀 무섭기도 하고

암튼 좀 편안해진 마음으로 앉아서 기다리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는데 30분을 넘게 기다렸다

중간에 제대로 이야기가 되었는지
날 이상하게 처다보던 그 보안 경찰분께
다시한번 확인도 해보았는데 기다리면 된다 하셔서
뭔가 갠히 불았했지만 믿음으로 40분을 기다렸다

40분정도 지나니까 아까 그 분이 다시 나오셔서
들어오라고 한 뒤 감옥의 다른 사무실(?) 같은 곳으로
함께 이동하게 되었고 회사에서 갖고온 문서도
내 신분증과 함께 그 때 보여드리고 이제 정말
받아가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 곳에서 나란 사람의 신분을 증명한 후
잠깐 기다리라고 하신 후 또 사라지셨다
로비는 아니었고 안쪽 사무실(?) 같은 곳이라
볼거리가 은근히 있었다

마약 종류와 함께 얼굴이 어떻게 변하는지 에 대한
사진도 붙어있었고 마약 종류도 벽에 막 붙어있고
암튼 사무실 같은 곳(?) 이라 그런지 무섭진 않았지만
뭔가 계속 긴장이 되어서 벽에 딱 붙어 서있었다

새삼 내가 입고 있는 병원복이 너무나 감사했다
그냥 사복차림이었다면 겁나 이상했을 것 같다

5분정도 뒤에 이제 샘플을 넘겨줘도 된다는
컨펌 메일만 받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가서 이메일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다

알겠다고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다시 아까 그 로비로 나가서 기다리는데
금방 받아가지 못하고 또 한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한시간 동안 사람은 거의 못봤고
그냥 같은자리 계속 계시는
아까 날 이상하게 쳐다보셨던
그 보안 경찰 분이랑
정확히 4번 눈이 마주쳤을 뿐

암튼 두시 좀 전에 도착해서
4시가 다 되어 나올 수 있었다

돌아오면서 생각해보고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니
막상 별 일 없었는데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걸려서 좀 당황하긴 했는데
기다리는 동안 주섬주섬 마주친 장면들이
머리에 사진처럼 탁 박힌 느낌이다

아마 살면서 가본 장소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