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퇴근을 하고 차에 오르기 전 잠깐 들어간 페이스북에서
상당히 속상한 소식을 접해서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라이즈업 무브먼트의 '전' 대표 이동현 목사의 이야기였고
나도 그 단체를 잘 알고있기에 너무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1시간정도의 시간을 운전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고민해보게 되었다
왜그랬을까, 왜그런거지?
물론 잠깐 읽은 기사 내용으로는 팩트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돌아가서 얼른 관련 내용들을 찾아보고싶었다
찾아본다고 달라지는건 없을지라도 궁금하긴 했기 때문에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고 그 단체를 좋아하고
찾아다녔던 내 제자들 생각에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딱히 좋아하거나 집회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운전하면서 돌아오는 퇴근길동안 기분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 우리 집 아파트로 걸어들어가는데
늘 들어가는 로비 입구에 다른 문을 이용하라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안좋은 생각을 하다가 쪽지를 보지도 못하고 거의 들어갈 뻔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사다리를 놓고 사람 두명이서 보수공사를 하는 듯 했다
옆 문으로 돌아가서 늘 그렇듯이 우편함을 확인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기 위해 다시 그 공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지나가야 하는데
뭔가 성큼 지나갈 수 없는 비주얼이 느껴졌다
그래서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공사하고 있는 두 사람을 처다보았는데
그 사람들이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You Can Use This Way"
그래서 '아 지나가도 상관없는거구나'
생각하며 다시 깊은 우울한 문제를 생각하며
"Okay" 라고 짧게 대답한후
공사장비들이 널부러저있는 그곳을 성큼 성큼
뛰고 밟으면서 지나왔다
그 공사하고 있는 길을 '지나가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나는 또다시 우울했고 그 목사가 저질렀던 일에 대한 생각이 나면서
너무나 기분이 좋지 못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생각하면서
공사 장비들을 밟고 건너 뛰면서 깡총 깡총 넘어와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마침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엘레베이터가 딱 열려있는 것
엘레베이터에 탑승하려고 하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지나온 보수공사하는 공간에서
공사하던 한 사람이 영어로 크게 이야기하는 말이 들렸다
"What The Hell"
나는 그 말을 듣고 아 공사가 잘 안되나보다
화가 좀 났네 무슨 일이 있나
아휴 이래저래 나도 우울한데 저사람도 힘들겠다
생각하면서 엘레베이터에 탑승을 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한 백인 남성과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게 되었고
서로의 층을 누른 후 다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집인 7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이번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저 공사하고 있는 아저씨는 뭐가 힘들어서 욕을 했을까
What The Hell 이라는 말은 좋지 않은 감탄사인데
무슨 일일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그 공사하는 구역을 성큼 성큼 폴짝 폴짝 넘어올 때
그 사람이 뭔가 대화를 했었는데 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맞다, 나는 고민과 깊은 우울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대화를 듣지 못했지만
엘레베이터에 타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사람, 분명 뭐라뭐라 말하고 있었다
뭐였지? 라고 다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짧게짧게 그 사람이 뭐라고 이야기했는지 기억이 났다
"I said, You Can Use This Way"
"Hey men, You told me Okay. didn't he?"
이 두문장이 생각이 났다
바로 전에 들은 대화내용이라 그런지 분명히 기억이 났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이 두 문장이 생각날 때 즈음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대화하는 내용은 아닌거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차 싶었다
'혹시 나에게 하는 말인가?'
그렇다..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나에게
"You Can't Use This Way"
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고
나는 당연하게 "Okay"를 외치며
그 길을 성큼 성큼 폴짝 폴짝 뛰어넘어 온 것이다
아주 해맑고 고마운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그 모습을 본 그 공사장 아저씨는
나에게 "너 여기로 오면 안된다고!" 라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고
내가 무시하고 계속 지나가니까 함께 일하고있던 자기 동료에게
"좀전에 얘 오케이라고 하지 않았냐?"
라고 물어본 것이다
그렇게 내가 완전 말을 씹어먹어버리고 그 곳을 지나 나오니까
너무 어이가 없던 나머지 한마디 던진 것이다
"What The Hell!"
한국말로 하자면
"뭐야 X발"
그렇다 화가 많이 나 보였고
억양 자체가 굉장히 화났기 때문에
나도 엘레베이터를 타기 직전에
"What The Hell"
이라는 말을 들으며
'저사람 화났네'라고 생각의 전환이 시작된 것
엘레베이터를 타고 우리집인 7층까지 올라오는 동안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고 나니까
내가 확실하게 Can't를 Can으로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7층의 문이 열리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우리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너무 어이가 없고 내 스스로 웃겨서
정말 한참을 웃었다
고의가 아닌데 정말 너무 미안했고
그 공사하던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는 표정으로
공허한 곳을 향해 "What The Hell"이라고 외치던
그 분노의 외침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미칠 것 같았다
백인들과 직장생활 1년차가 넘어가는내가
집중좀 하지 못했다고 Can't를 못알아 들은 것도 쪽팔린데
병원에서 근무하는 병원 근무복을 입은 멀쩡한 양반이
아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며 공사하는 곳을 건너온 것 아닌가
그 공사하던 사람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어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이제 퇴근하고 오나보네? 그런데 여긴 지나가면 안되니까 말해줘야겠다 !)
"이쪽으로 오시면 안되요 ~"
"네 알겠습니다"
(성큼 성큼 폴짝 폴짝)
"저기요 이쪽으로 오시면 안된다니까요?"
(묵묵부답 성큼 성큼 폴짝 폴짝)
"야 내가 지금 이쪽으로 오지 말라했고 이 사람 알겠다고 하지 않았냐?"
"그런듯"
"뭐야 X발"
이런 상황 아닌가
하.... 집에와서 옷을 갈아입고 씻으면서
한참을 웃었고 지금도 글을 적으며
그 아저씨의 허탈함과 공허한 외침이 귓가에 생각나서
피식피식 웃게된다
미안한 상황인데.. 내가 잘못한 상황인데
엘레베이터에 탑승할 때 까지 이걸 못알아들었다는게
멍때리면서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는게
너무 쪽팔리고 부끄럽고 웃기고 그렇다
게다가... 그 주변엔 사람이 꽤 있었다
다른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 나를 보았을 것이다
그 상황을 다 지켜보았을 것이다
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솔직히 미국에 와서 이렇게까지 웃겼던 상황은
처음인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웃겼다는 이야기)
아무튼 그래서 그날 퇴근길의 우울함은
이런 해프닝으로 우선 잊어버렸다는 사실
'미국 이민 이야기 > 미국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마존 쇼핑몰 주문 후, 환불(리턴)하다가 생긴 일 (2) | 2016.09.01 |
---|---|
미국의 팁 문화 - 외식 후 팁은 얼마를? 어떻게? (2) | 2016.08.13 |
미국에서 형광등 스스로 설치하기, 어렵지 않다! (0) | 2016.07.26 |
미국에서 한국으로 택배 보내기, 값 싸고 맘 편한 방법? (11) | 2016.07.15 |
우리집 문이 열리지 않는다! 미국에서의 열쇠 현관문 고장 (2) | 2016.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