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핀볼을 봤을 때 받은 문화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축구와 농구 같은 '큰공'종류의 운동을 즐겨하던 나는
축구에서 공이 휘어 들어가는건 자주 접했어도
볼링장에서 그 무거운 공이 휘어서 스트라이크를 때린다는게 너무너무 신기했다
그 당시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볼링을 치면서 공과 친해지면서 왜 사람들이 스핀 볼을 구사하는지
알게 되었고 지금부터 내 주관적 입장과 주관적 의견으로 글을 적어보려 한다
나는 볼링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도 절대 갖고있지 않으며
강습과 강의를 찾아본적이 단 한번도 없고 용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다룰 내용은 내 개인적인 입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 직구와 스핀볼
기본기만 잘 갖추어도 충분히 고득점을 취할 수 있다 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그 기본기를 갖추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재미가 없었고 힘들었다
공 없이 천천히 스탭을 밟으면서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전에 들어가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공이 절대 굴러가지 않았다
힘을 빼고 자세를 다시 잡고 스탭을 고처보고 여러가지 시도들을 했지만
그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가 기본의 과정에 충실했다면 모를까
한국에서 한게임당 비싼 돈 내고 치는 볼링이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갖게된 생각, 내 돈내고 즐기자는건데 재미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볼링을 접으려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접으려던 순간 좌절하고 있는 나에게
엄지를 빼고 치면 스핀을 구사할 수 있다는 형님의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시도해보았던 엄지 뺀 야매 스핀
우연하게도 처음 시도해보았는데 스트라이크가 터졌고
그 때의 희열과 감동 또 놀라움이 지금까지 볼링을 치게 만들었던 것 같다
( 물론 그 후로 몇달간 스트라이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
볼링의 핀은 총 10개, 그리고 각각 위치에 따라 핀 넘버가 있다
제일 앞에 핀부터 1번, 제일 오른쪽 뒤에있는 핀이 10번 순이다
직구를 구사하던 스핀볼을 구사하던 1번핀을 맞춘다고 해서 무조건 다 넘어가지 않는다
1번,3번 핀 사이로 혹은 1번,2번 핀 사이로 공을 맞춰야
핀 10개가 다 쓰러질 확률이 좀더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직구를 구사하는 볼러들도 완벽한 중앙이 아닌
1,3번 사이 혹은 1,2번 사이를 노리고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스핀볼 유저들은 말할 것도 없다
오른손을 사용하는 스핀 유저는 공이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듯 하다가
왼쪽으로 휘면서 1번과 3번 핀 사이로 때려박히게 된다
왼손을 사용하는 스핀 유저는 반대로 공이 왼쪽으로 빠지는 듯 하다
오른쪽으로 꺾이면서 1번과 2번 핀 사이를 때리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스핀볼을 구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볼링을 시작할 무렵, 정 중앙이 아닌 1,3번 혹은 1,2번 사이를 노려야
스트라이크가 잘 나온다는건 이해가 되는데 직구로는 방향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스핀볼을 구사하니 1,3번 사이를 목표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직구를 굴릴 때보다 부담이 덜했고 자연적으로 1,3번 사이로 공이 들어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또, 정말 볼링을 잘 치는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를 구경해봐도
완벽한 스핀을 그리며 1,3번으로 때려박힐 때 깔끔하게 10개가 모두 쓰러지는
그 모습은 말할 수 없는 쾌감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멋도 멋이지만 1,3번 핀 사이를 맞추기 위해
야매로라도 스핀을 구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2. 스키드와 렝스? 또 개인 공과 아대? 장비들?
여기서부터 야매성이 넘치는 글이라고 보면 되겠다
볼링에서도 많은 볼링 전문 용어들이 있는데 나는 거의 알지 못한다
스핀볼을 구사할 경우 공이 꺾이기 전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명칭이 있고
꺾이고 나서의 거리를 나타내는 명칭이 또 있다
아무튼
용어는 모르지만 스스로 스핀볼을 연습하면서 가장 문제되었던 부분이
바로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는 것
내가 원하는 거리까지 공이 휘지않고 가서
원하는 지접에서 딱 꺾이면서 목표한 곳으로 공이 갔으면 좋겠는데
나 같은 야매 볼러에게 공 상태에 따라서도 레인 상태에 따라서도
너무나 기복이 심한, 차이가 많이나는 볼품없는 볼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때의 연습 과정이 정말 힘이 들었는데 한국에서 내가 다니던 볼링장에는
하우스 볼들과 함께 몇가지 종류의 개인 볼들이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수명이 오래된 공이거나 주인이 없는 개인 공들을
하우스 볼들과 함께 보관하고 있는 듯 했고 이런 공들이 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우스 볼에 섞인 공들 중에서 개인 공중
스핀을 구사하도록 도와주는 스핀볼들이 있다
잘은 알지 못하지만 무게 중심에 따라 손가락 지공의 위치에 따라
공의 종류와 훅 종류 역시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에
나는 내가 자주가는 볼링장에서 내 손에 맞는 하우스 공들 몇개를
추려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이 과정이 도움이 되었다
다른 사람 누구나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하우스 볼이었기에
내가 원하는 공이 없을 때도 많았지만
없는 경우에는 저공, 없는 경우에는 이공 이런식으로
내 스스로 공들의 우선 순위를 정해놓고 갈 때마다 그 공으로만
게임에 임했다
그렇게 단순하게 계속해서 볼링을 꾸준히 했고 칠 때마다
고득점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감을 잡는다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렇게 딱 3개월정도 지나니까
공이 최소한 절대 도랑으로 빠지는 일은 없었으며
아무리 못해도 에버리지 120 이상은 유지가 되고 있었다
게다가 엄지 없이 스핀을 치는 자세에도 상당히 익숙해 졌고
이제는 내가 원하는 지점까지 스핀 없이 굴려서 원하는 지점에서
스핀을 만들어 넣을 수 있었다
딱 이렇게 재미도 생기고 점수도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즈음
문제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손목 통증이었다
엄지를 빼고 넣고를 떠나서 나는 드럼 전공 입시생이었고
매일같이 몇시간씩 드럼을 치며 연습을 하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하게 운동하는 볼링이 무리가 되엇던 것 같다
게다가 14파운드의 공을 계속 사용하며 엄지 없이
팔힘과 손목힘으로만 공을 굴리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볼링을 접자니 조금 아쉬웠고 그래서 손목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볼링 아대를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 동시에 볼링도 조금 줄이고 치료도 병행했다 )
아대의 종류로는 코브라와 몽구스 두가지가 있었는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아저씨한테 설명을 듣고 코브라로 선택을 했다
장갑을 끼고 볼링공을 굴려보니 정말 어색했다
오히려 엄지를 빼고 치기 때문에 필요가 없는 장갑이라고 생각이 될 만큼
별로 도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게 또 시간이 지나니까 변화가 찾아왔다
것멑을 생각해서라도 이왕 구매한 장갑 계속 사용해야지 라고 했던게
어느덧 장갑이 없으면 공을 굴리지 못할 정도로 아대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계속 반복적인 연습을 하며 자세가 그렇게 적응이 된 것 같다
또한 손목의 통증 역시 사라졌다
아대의 구입이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 때까지가 볼링을 시작한지 약 4-5개월 되었을 때고
에버리지는 140- 150정도를 구사할 때다
3. 볼링은 스페어 싸움
본격적으로 점수를 올려보고 싶었다
볼링에서는 한 프레임당 두번까지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1구는 항상 문제될 것이 없었다
10개의 핀을 다 쓰러트린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되니까
하지만 2구가 항상 문제였다
만약 1구에서 스트라이크가 나오지 않는 경우
두번째에 남은 핀들을 다 넘어트려야 스페어 처리가 되는데
야매 스핀을 구사하는 나로써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었다
본격적으로 내 장갑과 내 손에 맞는 그 볼링장의 공들과 함께
스페어를 잡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볼링 핀들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핀들은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출발점을 내가 조금씩 조정하거나 굴리는 힘과 각도에 따라서
왼쪽에 있는 핀들은 쉽게 스페어 처리를 할 수 있었으나
오른손 스핀 유저인 나에게 오른쪽에 남아있는 핀들은
정말 너무너무 잡기가 힘들었다
특히 10번
별 짓을 다했던 것 같다
다시 직구를 구사해보기도 했고
출발점을 전부다 옮겨다니면서 굴려보기도 했고
심지어 왼손으로 공을 바꿔잡아 스핀을 넣어보기도했다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은 왼손 스핀이었다
왼손 볼러가 아닌 나는 왼손 플레이에 어색했지만
10번 핀 하나 정도 잡는데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왼손도 엄지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오른손의 감각을 생각하며 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규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 손을 바꿔가며 플레이 하는 것은
매너가 아닌 것 같고 올바르지 못한 플레이인거 같아서 다시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3개월을 스페어만 갖고 고민하고 생각하며 연습한 결과
드디어 10번핀 까지도 부담 없이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오른손을 사용하며 출발 지점을 가장 왼쪽으로 맞추고
스키드 거리를 최대한 길게 하여 노리니 완벽하게 10번핀을 맞출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되기 까지 정말 수 많은 연습을 했지만말이다
그리고 스페어 연습을 하며 깨달은 것 두가지가 있는데
첫째, 프로가 아닌 이상 볼링은 스페어 싸움이다
아무리 스트라이크를 잘치고 스핀을 멋지게 구사하더라도
스페어 처리에서의 실력이 없다면 점수는 받쳐주지 못한다
둘째, 스페어를 치는 공은 ( 세컨볼 ) 처음 굴리는 스핀볼과는 달라야 한다
1구로 사용하는 스핀 전용 볼을 스페어까지 이어 사용하자니
오른쪽 방향을 맞추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직구로 던지려 해도 쉽게 공이 왼쪽으로 휘어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완벽한 하우스볼 하나를 더 갖고와서 그 공으로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어느정도 컨트롤이 가능했던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볼링을 잘 치는 사람들이 개인 공을 여러가지 종류로 들고다니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지금까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과정을 풀어보았는데
전문적 용어나 설명 뒷받침 없이 글로만 이야기 하자니
다른 전문적인 글보다는 상당히 덜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내가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감각'이라는 것
수십번 수백번 굴려서 나에게 맞는 최고의 감각을 훈련시키는 것
그 과정은 글로 표현할 수 없고 어떠한 강의나 도움을 받더라도
스스로 찾지 않으면 맛 볼 수 없을 것이다
여기를 누르면 얼마전 미국의 청소년 볼링 선수와 시합을 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따로 포스팅 했던 부분, 참고하실 분들은 참고 하시길
엄지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스핀 유저들은 흔히 점수 기복이 심하다
나는 이 점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의 공통점이 바로 "어느레인에 가서 어느 공으로 치던지" 였다
물론 지금은 미국에서 나도 내 개인공을 맞추고 장비를 갖고 게임하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추구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공없이 또 정해놓은 볼링장 없이 어딜가나 고득점을 취하기 위해서는
어떤 공으로든 어딜 가서든 나타낼 수 있는 내 실력이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점수를 내는 게임보다는 연습을 위한 게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뭔가 굉장히 볼링을 잘치는 프로 볼링선수가 장황하고 거창하게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나는 미국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취미로 볼링을 칠 뿐이라는 점 다시한번 강조하며
에버리지 200을 만들기 까지의 나름 험난했던 여정을 이정도로 소개할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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