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밤, 11:59 PM 까지 제출해야 했던 학교 과제를 끝내고 개인적으로 작업해야 할 일들을 하다보니 새벽 3시가 다 되어 침대에 누웠다. 몇 시간 뒤 아침 7시가 되어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에 도착해 여느때와 같은 평범한 월요일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오후 다섯시 반정도, 건물 바로 앞 주차되어있는 차량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찰나에 날씨가 좋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집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올라 핸드폰을 확인하던 중 메세지가 왔다.
누군가가 이번에 발매된 함티 하박국 앨범의 찬양들을 듣고 웹사이트 페이팔 링크를 통해 물질을 후원해주신 모양이다. 짧은 찰나에 눈과 가슴에 박힌 부분은 '기쁜 마음으로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기쁨 마음' 이라는 사소한 오타가 있었으나,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찬양들을 듣고 정말 기뻐서 후원해주시는 마음 이라는 것을.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실 때도 네스프레소 팟 값을 계산하며 어디가 몇센트 더 싸네, 벌크로 시켜야 더 싸네 계산하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것인데, 물질 후원에 작디 작음이 어디 있겠는가. 감동이 되어 누군가에게 후원을 한다는 것은,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보내는 사람의 기쁨과 감동도 있어야 하겠지만, 받는 사람이 그 마음을 가늠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 같다.
메세지를 보고 금액은 확인하지 않았다. 그저 잔잔하지만 큰 감동을 받은채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퇴근길, 안그래도 감사한 삶에 또 하나의 감사할 이유가 늘었다. 아낌없이 쏟아 부은 앨범을 통해 단 한사람이라도 감동이 되었다면, 단 한사람이라도 하나님께서 새롭게 주시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집으로 가는 길은 항상 막힌다. 지금도 해당되는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메릴랜드로 이사왔을 때만 하더라도, DMV지역이 (Washington D.C, Maryland, Virginia) 미국에서 3번째로 트래픽이 심한 곳이라는 썰이 있었다. 워싱턴 D.C 인근에서 Maryland로 올라가는 길은, 퇴근 시간 항상 막힌다.
마찬가지였다. 차 안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꽉 막힌 길 위에 오토파일럿을 켜놓고 앨범을 다시 한번 들으며 마음 편하게 집으로 가고 있는데 이번엔 갑자기 유튜브에서 댓글 알람이 울렸다. 유튜브 댓글 알람은 잘 보지 않는데, 미리보기로 나타난 첫 말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딘가에 앨범이 소개가 된 모양이었다. 반가움과 동시에 긴장이 되었다. 과연 어떤 혹평(?)이 있을지, 어떻게 소개가 되었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 즉시 '씨씨엠 공방'을 검색해서 방송을 찾아 보았다. 한 시간 좀 넘는 생방송 분량, 김프리님께서는 약 10분정도를 이번 하박국 앨범소개와 함께 3번 트랙 '여호와로 인해'를 들려주셨다. '여호와로 인해'라는 곡이 나오게 된 하박국 3장 17절부터의 말씀을 김프리님께서도 과거에 곡으로 만드셨던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크리스천 컨텐츠 활동을 나름 꾸준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앨범을 발매하는 일은 완전하게 또 다른 일 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낀다. 발매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새로움과 배움의 연속이었는데, 발매가 된 이후에도 예상하지 못한 피드백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새롭다. 김프리님께서는, 최신 발매된 CCM들을 소개해주시는 방송을 하시는 것 같았고 한국 시간 기준으로 4월 14일 발매된 이번 하박국 앨범이 그 중 하나의 대상이된 것이었다.
운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송해주시는 내용을 듣기만 하고 채팅이나 다른 댓글들은 보지 못했다. 혹시,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궁금해서 나중에 집에와 다시 찾아 보았다. 김프리님께선, 5개의 곡들 중에 3번 트랙이 개인적으로 곡 내용이나 편곡, 연주 등등 여러 부분에서 인상깊었다고 말씀 하셨다. 좋은 반응, 나쁜 반응을 떠나, 그저 누군가가 내가 만든 찬양을 듣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더 나아가서 내가 묵상했던 말씀과 같은 말씀으로 묵상한 경험을 듣는다는 것은 참 신기한 느낌이었다.
무화과 나무에 잎이 무성하지 않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어도 여호와로 인해 기뻐할 수 있다는 하박국 선지자의 고백을 나는 힘이 있고 경쾌한 느김으로 편곡을 해서 풀어냈고, 김프리님께서는 어떠한 어려움, 답이 보이지 않는 그 문제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고백으로 곡을 쓰셨던 것 같다. 김프리님께서 묵상한 내용과 그 곡을 짧은 방송만으로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살면서 처음 곡을 쓰고 앨범을 발매한 나에겐 신기하고, 감사하고, 감동도 있던 방송이었다.
꽉 막힌 퇴근 길 차 안에서, 그렇게 방송을 듣다보니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와이프가 차려준 저녁을 급히 먹고, 월요일 하루로 몰아버린 레슨생 분들의 티칭을 마치고, 카이오스 유통사 측에 추가적으로 논의 해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서 보내드리고, Song Story 풀 영상 편집을 마무리 한 뒤 침대에 누웠다.
새벽 3시 30분, 침대에 눕자마자 '아차'하며 떠오른 한가지 생각. 오후에 작디 작은 마음이라며 페이팔을 통해 후원해주신 분의 후원금이었다. 미처 얼마를 보내주셨는지 확인할 생각도 하지 못하다가 잠들기 직전 페이팔 계정에 로그인 해서 액수를 확인했다.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시카고에서 보내주신 그 마음과, 방송에서 소개해주신 김프리님,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 참 감사한 날. 이 마음 그대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곳에 더 흘려보낼 수 있길 기도하며 잠든 새벽이었다.
'미국 사역 이야기 > 미국 사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지니아 열린문 교회 ODPC 밴드 아카데미 강사 후기 (0) | 2023.05.03 |
---|---|
제 2회 뉴욕 라디오 코리아 복음성가 경연대회 우승 (0) | 2017.05.19 |
양양피아노 미국 동부 반주여행 - 뉴저지 (0) | 2017.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