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람, 꽃 향기, 환상적인 날씨가 모든 것을 기분 좋게 만듬에도 불구하고 환절기 알러지가 일상을 쉽지 않게 만든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실험실로 들어가 상당 시간 있어야 할 땐 꼭 마스크를 쓰고 들어간다. 바쁜 일에 치여 미루고 미루던 실험실 업무 한가지... 게다가 1층 실험실이 아닌 2층 실험실의 경우는 더욱 올라가기 귀찮을 때가 있다. 어쨌든, 그 날이 왔다.
2층 실험실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김상훈 목사님께 전화가 왔다. 연락처에 나타나는 목사님성함을 보고 밴드 아카데미를 떠올리지는 못한 채, 무슨 일이시지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으러 나왔다. 통화 잠시 괜찮냐는 물음에 당연히 괜찮다고 말씀 드리며 이어지는 안부 인사. 작년 밴드 아카데미 이후, 앨범 관련하여 한 두번 이야기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목사님 전화를 받으며 떠올랐다, "아, 곧 여름이구나".
버지니아 열린문 장로교회 (ODPC) 에서는 지금까지 매년, 최고의 강사분들을 모시고 지역 사회에서 굉장히 크게 밴드 아카데미를 주최해 왔다. 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합류하게 되어 드럼 강사 및 Worship & Praise 앙상블 강사를 맡아 학생들을 지도했다. 다른 강사님들의 프로필을 보게 되면, 버클리, 피바디 등등 내로라 하는 화려한 이력들을 가지고 계신다. 사실, 작년에 강사 섭외 연락이 왔을 당시 내가 낄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의아했지만, 김상훈 목사님의 설득과 아내의 서포트 덕분에 잘 섬길 수 있었다.
어쨌든, 그 날이 왔다. 2022년에 이어 올 해 2023년도 변함없이 ODPC 열린문 교회에서는 밴드 아카데미를 주최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드럼과 앙상블 강사 섭외를 위해 연락 주신 것이었다. 일정은 8월 14일부터 일주일. 길게 고민할 것 없이 전화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드렸고 작년에 아쉬웠던 지점인 개인 레슨 부분을 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루 혹은 이틀 정도 회사 휴가를 내볼까 생각이 든다.
어느 조직, 단체, 공동체 등의 첫 경험은 참 중요하다. 살면서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첫 단체에 대한 모임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고 그 관계가 상당 시간 길고 끈끈히 유지 되는 듯 하다. ODPC 밴드 아카데미 같은 경우도 작년에 특별했다. 출퇴근을 정상적으로 하면서 밴드 아카데미 강사로 참여하다 보니, 다른 강사님들과의 관계나 유대는 전혀 형성되지 못해 아쉽지만 학생들과의 기억, 앙상블 수업의 특별함 등이 매우 진하게 남아있다.
올 해, 다시 한번 콜링을 주신 김목사님께 감사를 드리며 작년 밴드 아카데미 직후 인스타에 글을 남겼던 아래 내용을 가져와 본다.
20022년 8월 17일, 지난 한 주는 정말 굉장했다. 일주일 동안 계속 밴드 아카데미 강의가 있었고 가족 사정까지 겹쳤기 때문에 매일 6시에 일어나 출퇴근을 하고, 매일 버지니아를 왔다갔다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매일 밤 12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다. 하루만 이렇게 살아도 피곤했을텐데 일주일 동안 계속 새벽 출근 새벽 귀가의 일정이었다. 게다가 지난 화요일에는 글로벌 비전 아시아캠프 강사로 참여하게 되어 내 평생 처음으로 찬양이 아닌 말주변으로 1시간 30분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해야 했다. 사실 찬양 인도가 아닌 말씀과 토크로 사람들 앞에 서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긴장이 되어, 그 전날 새벽 귀가길부터 캠프를 온라인으로 참여하며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디자인 해보려 했는데, 전날 찬양 콘서트를 진행해주신 '달빛마을' 부부와 해외의 수 많은 학생들 모습을 보고 예상하지 못한 큰 은혜를 받았다.
강의 하루 전날, 새벽에 귀가한 후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새벽 4시에 다시 일어나 원고를 적었다. 오전 6시, 캠프가 시작 되었고 강연을 진행했다. 그렇게 토크를 마치자 마자, 아침 8시에 바로 출근을 하는... 정말 24시간을 이렇게까지 쪼개서 써도 되나 싶었다. 여름 사역 일정은 보통 몇 달 전부터 미리 잡히기 때문에 아내는 이번주가 다가오기 훨씬 전부터 오빠 피곤하고 힘들거라고, 일정이 너무 말이 안된다고 걱정을 했다. 막상 다가오니 숨이 턱 막히더라.
솔직히, 바로 얼마 전 다녀온 5일간의 텍사스 사역 직후라는 여독도 부담이 되었다. 부끄럽지만 텍사스 사역을 다녀온 비행기 짐도 풀지 못한 채로 2주일이 지났으니... 담당하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밴드 아카데미도, 캠프 강사도, 모두 처음엔 거절했다. 내가 설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과분하다고 생각했고 직장과 가정의 책임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모두 거절을 했으나, 정말 거절할 수 없는 말주변과 설득에 의해 무리한 일정을 잡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은혜이다.
어찌나 작은 한 순간 조차 하나님께서 간섭하시고 역사 하시는지, 신기하고 감사하다. 앙상블에서 만난 분들은 첫날 모두가 멘붕 그 자체였지만 지금 보니 또 다른 퍼즐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앞으로 하나님께서 보여주실 일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버클리, 피바디, 캐나다 등등 세계 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 인스트럭터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 해도 내겐 큰 영광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결국 그 모든 실력과 명성 보다도 훨씬 원초적이고, 완전하시고, 높임 받기 합당하다는 것을 내게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신 것 같다.
토크와 말씀으로 한시간 반을 진행했던 캠프 역시 해외 학생들의 간증과 나눔을 통해 큰 은혜를 받게 하셨다. 누군가에겐 이 작은 이야기가 큰 도전이 될 수 있구나, 하나님은 정말 내 부족함과 연약함을 통해 나타나시는구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가지, 아내가 없었다면 이 일정은 불가능했다. 아내는 일주일동안 아침 점심을 매일 다 챙겨주고, 집에서 잘 쉬고 다녀올 수 있도록 전력으로 서포트 해줬다. 일주일동안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볼 만큼 새벽 출근, 새벽 귀가였는데 매일 돌아오면 냉장고에 아침과 점심 도시락, 그리고 비타민까지 놓여 있었다. 대단하고, 자랑스럽고, 내가 더 잘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너무 좋은 사람과 행복한 가정도 이루고, 또 너무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많은 것을 배운다. 또, 많은 것을 가르치고 나눌 기회가 생긴다. 이렇게 살아가는 만큼 주변을 많이 둘러봐야 할 것 같고, 대한민국의 침수 피해, 냉전과 경제 침체 등의 어려움이 남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 일도 아니라는 것을, 내가 지금 당장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8월 마지막 주 버지니아 사역을 마지막으로 바쁜 일정을 마무리하는 만큼 기도와 말씀이 내공이 되어 올 한해, 내년, 앞으로의 평생을 더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길 기도한다.
'미국 사역 이야기 > 미국 사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앨범 발매, 작디 작은 마음의 후원 (0) | 2023.05.03 |
---|---|
제 2회 뉴욕 라디오 코리아 복음성가 경연대회 우승 (0) | 2017.05.19 |
양양피아노 미국 동부 반주여행 - 뉴저지 (0) | 2017.02.28 |